1.들어가며

최근 체육계에서 운동코치의 미성년자인 선수에 대한 성폭력사건이 피해자의 폭로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이외에도 교육・보호・감독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으로는 2017년 충남 논산의 초등학교 여교사와 남학생간의 성관계 사건, 2015년 서울의 영어학원강사와 남학생간의 성관계사건, 2014년 연예기획사대표와 여중생간의 성관계사건 등이 당시 큰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0년대 이후 사회변화와 함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성폭력의 양상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13세이상~16세미만 미성년자의 궁박(窮迫)함을 이용한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이 도입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13세이상 미성년자와 교육・보호・감독자와 같은 특수한 관계에서의 성관계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글은 미성년자와 교육・보호・감독자사이의 성관계문제에 대해 ‘신뢰관계에 있는 우월적지위’에서의 ‘성적남용’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관련법・제도 현황을 살펴보고 입법개선과제를 도출해보고자 한다.

2. 국내・외 교육・보호・감독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관련 법・제도의 현황

1)국내법규

우리나라에서는 「형법」제305조에 따라 동의능력이 없는 13세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성추행했을 때 피해자의 동의여부에 관계없이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강간,강제추행에 대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의 입증이 불필요하며 벌칙은 10년이하의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가해자를 미성년자의 동의여부에 관계없이 강간,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이 없다고 여겨지는 미성년자가 성적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제외한 13세 이상미성년자와 합의하여 이루어진 교육・감독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법과 제도의 규제는 공백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1월15일 신설되어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제8조의 2에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이상 16세미만 아동・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하여 해당 아동・청소년을 간음・추행하거나 또는 해당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사람을 간음・추행하는 경우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에 대한 적용범위가 협소해 지거나 교육・보호・감독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관계, 성폭력을 규제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2) 해외법규

우리나라와 다르게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미성년자와 교육・보호・감독자 간의 성관계・추행 등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

(1) 영국 : ‘신뢰관계에서 성적 남용 (Abuse of position of trust)’

영국은 신뢰관계에서 13세미만의 경우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성범죄가 성립되고, 18세 미만에 대해서 동의가 있었더라도 다음〔표1〕의 경우 범죄 요건이 성립된다.


[표 1] 영국 신뢰관계에서의 성적 남용

처벌행위

처벌규정

제16조~제19조

아동・청소년과의 성적행동, 성적 행동을 조장하거나 유인하는 것, 성행위를 목격하게 하는 행위 등

6개월 미만의 구금형 또는 정식 기소시 5년 이하의 구금형

제21조

신뢰관계 적용 범위:아동복지시설, 자선단체 숙박시설, 병원, 클리닉, 커뮤니티 홈, 돌봄센터, 사설병원, 가족 돌봄주택 등

자료: 영국의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 「Sexual

Offences Act Manual 2003」,국회도서관 역 「성범죄법」,2018) 참조 발췌 번역

영국은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2003)에 ‘신뢰관계에서의성적남용(Abuse of positionof trust)’이란 장을 두어 특별한 지위, 신뢰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신뢰관계에서의성적남용(Abuse of position of trust)’은 제16조에서 제24조까지 해당 되며 신뢰의 위치를 이용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관계, 성폭력, 성추행 등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즉, 미성년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18세이상의 자가 18세미만의 자에게 성적행위나 접촉을 했을 경우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1조에서는 신뢰관계의 적용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아동복지시설이나 거주・숙박시설, 병원, 치료소와교육, 보호, 양육, 감독의 지위에 있는 교원, 돌봄수행자, 돌봄기관종사자, 보호자를 포함시키고 있다.

한편, 최근 영국에서는 신뢰관계의 지위와 범주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범위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현재의 「성범죄법」의 교육, 보호, 양육, 감독의 지위 범위를 확대하여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남용이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 코치, 유스클럽의 리더, 종교그룹의 리더, 커뮤니티 그룹 의장 등에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 독일 :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성적 남용 (SexuellerMiβbrauchvonSchutzbefohlenen)

독일은 14세미만자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호하되, 신뢰관계에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연령에 따라 구별하여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적남용을 처벌하고 있다.

즉, 범죄구성요건에서 가해자가 14세이상 16세미만인 피보호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경우 처벌하고 있고, 16세이상 18세미만인 피해자와 신뢰관계 또는 종속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독일형법」(Strafgesetzbuch: StGB) 제13장 “성적자기결정에 대한 범죄(Straftaten gegen diesexuelleSelbstbestimmung)” 의해 교육・보호・감독자와 미성년자의 성범죄가 규율되고 있다.

이 법 제174조 “피보호자에 대한 성적 남용(SexuellerMiβbrauchvonSchutzbefohlenen)” 제1항은 교육・훈련・돌봄과 관련하여 신뢰관계에 있는자가 16세미만인 피보호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 교육・훈련・돌봄과 관련하여 신뢰관계에 있거나, 고용・노동관계에서 종속적관계에 있는 18세 미만인 자와 그 의존적 관계를 남용하여 성관계를 할 경우, 친・양자관계에 있는 18세미만인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 3개월이상 5년이하의 구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3) 미국

미국은 「연방헌법(18 U.S.C.)」에 따라 12세미만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고 12세이상 16세미만인 자에 대해 보호・감독자가 성행위를 한 경우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제2243조제a항)7).

특히 연방정부의 감독하에 있는 감옥・기관・시설에 있는 12세이상 16세미만인 자에 대해 보호・감독・훈육권한을 가진 자가 성행위를 한 경우, 미수범의 경우에도 벌금형 또는 15년이하의 구금형에 처하거나 벌금형과 구금형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2243조제a항).

또한 각 주마다 범죄자가 치료사, 목회자, 구금시설종사자인 경우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네소타주의 경우 범죄자가 치료사이거나, 목회자, 구금시설종사자, 특별운동서비스 제공자, 마사지, 육체적 업무로 고용된 자일 경우 3급성범죄로 기소되며 원칙적으로 15년이하의 징역 또는 3만달러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

3.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현행 13세이상 미성년자와 교육・보호・감독자간 합의하여 이루어진 성관계에 대한 처벌은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규율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궁박(窮迫)’한 상태라는 규정이 모호하고, 가출・방임청소년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그 범위가 협소하게 적용될 수 있다.

둘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뢰관계를 이용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교육・보호・감독자의 성적남용을 규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감독자등 미성년자와 합의한 성관계에 대해 성인을 반드시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입장, 파면등 ‘행정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 고교생의 성적 자기판단능력등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등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에 대한 법원의 태도와 처벌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2015년 서울의 영어학원의 31세 여성 강사는 수강생인 13세 중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는데, 중학생의 나이가 13세이었기에 「형법」제305조 위반으로 기소되지 못하고 「아동복지법」제17조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한편, 42세 연예기획사 대표와 15세 여중생의 성관계 사건에서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해외의 입법례를 참조하여 미성년자의 나이대를 구분하여 범죄구성요건을 설정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간 신뢰, 보호관계의 위치에 따라 아동・청소년에 대한성범죄를 규제하는 입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 개선과제는 첫째, 영국,독일,미국처럼 교육・보호・감독등의 우월적지위나 신뢰관계에 있는 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독일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13~16세미만은 교육・보호・감독자의 신뢰관계, 16세이상은 우월적・종속적 지위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연령에 따라 차별을 두는 방법을 고려할수 있다.

통상 우리사회에서 13~15세는 중학생이고, 16세 이상은 고등학생이다.

같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달리 보아야하고 성규범과 법적규제의 정도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4. 나가며

체육계의 사건을 계기로 살펴본 미성년자에 대한 교육・보호・감독자와의 신뢰관계에서 일어나는성폭력문제는 비단 체육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 제기된 스쿨미투(#MeToo) 운동에서 보듯이 교육, 보호, 양육, 종교, 치료와 같은 분야에서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점차 다변화하며 확대되고 있는 성폭력의 양상과 피해・가해자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면, 기존의 의제강간・추행에 대한 연령기준 논쟁을 넘어서 영국, 독일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접근방식에 따른 입법정책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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